
고지방 식단, 즉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식단'에 대한 관심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저탄고지(LCHF) 다이어트, 키토제닉 다이어트 등의 유행으로 인해 지방은 더 이상 기피의 대상이 아닌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고지방 식단에 대해 오해하거나,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체지방도 늘어난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질 것이다' 등의 편견이 대표적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탄수화물은 물론 지방도 극도로 제한하며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오해를 해결하면 지방이 어떻게 다이어트와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고 더 건강한 습관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지방 식단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짚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진실을 바탕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오해 1: 지방을 먹으면 체지방이 바로 늘어난다?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도 기름져진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단순히 '먹는 것 = 몸에 저장되는 것'이라는 직관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인체의 대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체내에 지방이 쌓이는 주요 원인은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입니다. 과잉 섭취한 탄수화물은 간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되고, 쓰고 남은 포도당은 인슐린의 작용으로 중성지방으로 전환되어 체내에 저장됩니다. 반면, 지방은 탄수화물처럼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혈당과 인슐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지방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몸은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연료로 쓰게 되고, ‘케톤체’라는 물질을 생성하여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이 상태를 ‘케토시스’라고 하며, 실제 많은 연구에서 케토시스 상태에서는 체지방 연소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고지방 식단은 체지방 증가와는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오해 2: 고지방 식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악화시킨다?
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인식은 수십 년간 일반적인 건강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이와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미국 보건복지부의 식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식이성 콜레스테롤(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였고, 그 이후로 지방에 대한 공포는 과학적으로 점차 해소되고 있습니다. 고지방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혈중 지질 수치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LDL(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증가할 수 있지만, 이는 ‘큰 입자’의 LDL로 구성되어 있어 혈관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고 중성지방 수치가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는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줄이는 지표로 해석됩니다. 물론,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나 기존 질환 여부에 따라 반응은 다를 수 있으므로, 고지방 식단을 시작할 때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해 3: 고지방 식단은 누구에게나 무조건 좋다?
고지방 식단이 건강한 체중 감량, 혈당 조절, 에너지 유지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능 식단은 아닙니다. 각자의 체질, 생활 습관, 질환 유무에 따라 적절한 식단은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담낭(쓸개)이 없는 사람이나 담즙 분비에 문제가 있는 경우 고지방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고지방 식단 초기에 일부 사람들은 ‘키토 플루’라 불리는 증상(두통, 피로, 메스꺼움 등)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적응 현상입니다. 이 경우 물, 전해질, 마그네슘 등을 충분히 보충하면 대부분 3~7일 이내에 증상이 사라집니다. 또한, 고지방 식단을 실천한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가공육, 정제 지방을 섭취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트랜스지방, 가공식품, 튀김류 등은 어떤 식단에서도 피해야 할 음식입니다. 고지방 식단은 ‘질 좋은 지방’을 섭취해야 효과적이며, 아보카도, 올리브오일, 견과류, 방목 유제품, 지방이 많은 생선(연어, 고등어 등)과 같은 건강한 지방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지방 식단은 과거의 지방 공포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건강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완벽히 맞는 식단은 없지만,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천한다면 고지방 식단은 체중 관리뿐 아니라 혈당 조절, 에너지 지속,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품질’입니다. 무조건 지방 섭취를 제한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지방만을 골라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자신의 몸에 맞는 방식으로 건강한 지방을 선택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을 위한 지름길입니다.